19. 5. 28.

작업일기





나는 책만드는 일을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살아갈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게 때로는 아니
늘 부끄럽다. 사실 무슨 일로든 돈을 번다면
그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도 부끄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먹고 산다면
그것도 부끄러울 것이다.
결국 나는 돈을 버는 것이 부끄럽다. 타고나게 자본주의가 맞지 않나보다.
아마도 때로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할 때에
나는 내가 아닌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다.
누구나 그렇게 살 것이다. 그런데 그게 참 불편하고 불쾌하다.
결국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뭔가를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견뎌가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늘 필요한 것 보다 부족하게
남들이 말하는 것보다 적게 돈을 벌며 사는 것이
내가 살기 위해 찾은 방법이다. 뭐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만큼은 돈을 벌어야겠지만, 나는 늘 내가 필요한 것 이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이번달에도 필요한 돈이 부족하고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유난히 '쯪쯪'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늦은 밤 나의 사랑하는 작업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