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제본 수업을 오시는 분께서 만든 책입니다.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은 분인데요. 만드시는 책도 주인을 닮았습니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여유있게, 천천히 즐기면서.
저도 마음의 여유를 좀 갖고 싶어서, 일단 평소 마시던 커피의 양을 반으로 줄여 보았습니다.
종이, 커버지, 보드의 두께, 실의 색, 책의 두께, 커버 디자인...
책 한 권을 만들 때 선택할 것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상상하지요. 이런 느낌의 책을 만들고 싶다...
완성하고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이라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더 좋기도 하고, 실망스러울 때도 있고, 의외의 발견을 할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요.
한 권의 책을 끝내고 나면, 다음에는 이렇게 해 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기 때문에 계속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삶도 비슷한 것 같아요.
때로는 마음에 안들고 막막하고,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자리에서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음에는, 앞으로는, 다시 기대하는 마음으로 설레이며 시작하는...책을 만들 때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책 만드는 일만큼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요.